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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는 워라밸과 말하는 워라밸 사이의 갭에 관하여
    카테고리 없음 2020. 11. 8. 13:05
    크리스피 스튜디오의 웹드라마

    3편으로 구성된 짧은 웹드라마 <워러밸(Work & Love Balance)>은 워라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딱히 그런 말을 하려는 드라마는 아니긴 하지만.) 사실 이 글에서 말하려고 하는 내용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메타인지로 살펴보면 그런 '지극히 정확한' 의미로서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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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나도 워라밸 챙겨야 하는데"

    "워라밸 좋은 회사가 진짜 괜찮은 회사야"

    "워라밸 깨지면 피곤해져"

     

    이 맥락에서의 워라밸은 사실 '(업무의) 널럴함'을 의미한다. 이것이 '말하는 워라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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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보는 워라밸은 어떠한가?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서 '동시에' '자기 할 거' 다 하는 사람을 보면서 "워라밸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워라밸을 챙긴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자기 할 거'는 빈둥거리거나 방에서 넷플릭스보거나 유튜브보거나 낮잠을 자거나 한가하게 시간을 때우는 등의 행동들은 결코 해당 되지 않는다. 

     

    일도 잘하고 운동, 연애 등 '자기 할 거' 다 하는 주인공을 부러워하는 인턴의 대사

    워라밸은 'Work & Life Balance'인데, 여기서의 Life는 '휴식'이 아니라 '자발적 성장과 자기계발'을 의미한다. 그건 쉬는게 아니다. 워라밸은 휴식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단어다. 그리고 타인의 워라밸을 감지하는 모든 개인은 이것을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바쁘게 이것저것 하는 사람을 보면서 워라밸이라 인식한다. 이것이 '보는 워라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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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자면, 워라밸을 제대로 즐긴다는(?) 것은 업무량이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맥락도 주제도 내용도 전혀 다른 서로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하나는 회사 안에서 나머지는 회사 밖에서 병행하며 진행한다는 의미인 것이며, 이것이 워라밸의 사실적 정의다.

     

    여기에서 이상한 지점이 발견된다. 타인의 워라밸을 '감지'할 때와, 자신이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분명히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워라밸 챙기고 싶다"는 "쉬고 싶다"라는 뜻이며, "워라밸 끝내주게 사네"는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뜻이다. 명백히 이상하다. 왜 같은 단어인데 나에게 적용할 때와 타인에게 적용할 때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가?

     

    이에 관련하여 몇 가지 통찰 또는 추측이 있지만, 여기에 대해선 당신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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