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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고?카테고리 없음 2025. 2. 3. 14:36
나는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특히 이 말을 하는 대부분의 개발자가 웹,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IT 서비스 업계의 개발자라는 점에서 특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용한 것은 지루하다
회사의 크기와 상태와 무관하게 나는 개발자가 '계속' '쉬지 않고' 공부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해왔다. 그리고 사실,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하는 말 있지 않은가, "회사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수익을 만드는 곳"이라고. 수익은 대개 신기한 것에서 나오지 않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것에서 나온다. 그게 우리가 말하는 비즈니스고, 운영 업무고, 일과이고, 진짜 돈을 만들어내는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평생 공부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삶의 순간들이다
"개발자는 평생동안 공부해야 돼요"라는 말이 유독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그 정도의 공부는 무슨 직업이든 다 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카페 사장님도 신메뉴나 의자배치나 노래 선곡이나 영업시간 정도는 일 년에 서너번쯤 고민할 것이다. 개발자는 - 일 년에 서너번보단 좀 많겠지만 - 그와 비슷하게 공부하고, 대부분의 하루하루에선 하던 일을 계속 한다. 하던 일을 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또한 특정 직업이 유달리 더 그런 속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달리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 몇몇 개인이 있을 뿐이지.
읽고 적용하는 것이 공부인가
백번 양보해서 개발자가 평생 공부하는, 꽤나 드문 성격의, 직업이라고 치자. 그럼 개발자가 공부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
Next.js 15 documentation 을 참고해서 서비스를 배포하면 그것이 공부한 것인가?
tcp 스펙 문서를 보고 tcp client 를 직접 만들면 그것이 공부한 것인가?
zookeeper 를 공부하고 적용해서 분산 서비스를 운영하면 그것이 공부한 것인가?
아니면 IntelliJ 에서 String 을 사용하다가 intellisense 덕분에 startsWith 라는 메서드를 알게 되면, 그것도 공부한 것인가?
기존에 인터넷과 책에 흩뿌려져 있는 정보를 머릿속에 잘 정리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쓰기까지 한다면, 그것이 공부인가?
우리가 공부한다라는 동사를 쓸 때, 어디부터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까?
understand 와 know 와 use 도, learn 으로 간주되는가?
결론이 있는 글은 아니다. 다만 많은 경우에 개발자의 공부(?)는 의무가 아니라 취향에 가까워 보였고, 그것마저도 본인의 의지가 강하고 약함에 따라 정도가 천차만별이었는데...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문장은 "개발자는 평생 공부하는 직업입니다"라는 단언 한 문장이 전부였다. 이에 내 생각을 가볍게 남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