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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성장은 환상입니까카테고리 없음 2025. 3. 10. 22:14
IT 회사에서, 개발자로서, 기술적으로 성장한다는게 가능할까?
기술적으로 성장한다는게 뭘까? 회사의 내부 툴들(의 이용법)을 훤히 꿰고 있고,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더 복잡하고 세밀한 코드를 짜면 기술적으로 성장하는걸까?
조금 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AB180 이라는 스타트업은 OLAP 데이터베이스 Luft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사용중이다. 그럼 내가 이 회사의 서버 개발자로 입사한 후 Luft 개발팀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Luft 개발팀으로 입사하는 것은 가능할까?
나는 이 지점에서 매우 패배주의적인 논리에 부딪혔다. Luft 팀에 합류할 수 없다는 말은, 내가 회사에서 그런 복잡한(?)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는 뜻이다. 합류할 수 있다는 말은, (1) 실제로 그 팀이 개발하는 것이 별로 복잡하지 않거나 (2) 사실 다루기만 하면 (조금의(?) 고생만 하면) 누구나 다룰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이 세 가지 경우의 수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태껏, 꽤 오래, 코딩을 다루는 것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덜 되게 오랫동안, 회사의 코딩이 그렇게까지 재밌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월한 실력'은 어떻게 쌓는 것인가?
많은 백엔드 개발자들의 하루하루는 대부분 그렇게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실무에서 이진 트리를 뒤집으면서 사는 개발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이 상념의 끝은 어디인가? 대학원인가? 그것은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너무 쉬운 도피성 대답이다.
어느 순간 '재미있는 코딩'이 무엇인지 놓쳐버린 기분이다.
+) 2025-03-12: 최근 스캐터랩의 CTO 님과 대화하면서 좀 더 명쾌한 그림을 얻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계속 되뇌이다가, "기술"과 "기술 경험"을 혼동해왔던 것 같다. 나도 딱히 JVM 파라미터 튜닝 마스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아닌가? 맞나?). 다만 그런 챌린지한 경험을 연속적으로 하고 싶을 뿐이지. 매일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 자체가 내가 원하는 환경이긴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조금 머리가 시원해졌다. 적고 보니 자기합리화 같기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