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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를 읽고독서 2025. 2. 23. 22:21
기본적으로 이 책은 용산 전자상가의 철거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 읽지 않고 두 남녀의 담백한 사랑 이야기로 읽어도 별 무리가 없었다. 좌우간, 관계 속에서만이 힘겹게 다시 움직인다는 점은 별 차이가 없으므로.
멍청하게도 다 읽고나서 눈치챘는데, 제목의 백(百)이 white 가 아니라 hundred 였다.우리 모두는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조용한 속삭임.
쇄골에 대한 대화도, 가 동(洞)에 대한 서사도, 오무사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짧고 몽환적이고 어딘가 우울한 그런 문체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 수십 분 만에 서너가지 글감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어느 이름없는 소시민을 다루는 짧은 망상들이었다. 나는 자칫하면 빠져나올 수 없음을 알기에 구태여 그걸 써보려는 치기를 발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