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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장사의 구분에 대하여 (부제: 당근과 메가커피 사이에 선이 있는가)카테고리 없음 2024. 5. 7. 20:11
언뜻보면, 세상의 회사들은 모두 둘로 쪼갤 수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당근과 토스와 스카이플래너는 왼쪽이고, 메가커피와 인생네컷과 보람상조는 오른쪽이다. 즉, 어떤 것들은 '사업'처럼 보였고, 어떤 것들은 '장사'처럼 보였다.
IT 스타트업에 다니는 지인들은 내가 이런 예시를 들면 즉각적으로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 그렇지 않은 자들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말하는거냐고 물었고 나는 그런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거봐, 이쪽은 누가봐도 '비지니스'라고 불러야 할 것 같고, 저쪽은 전혀 아니잖아.
이 기묘하게 어색한, 그러나 괴기하게 편안한 구분은 꽤 오랫동안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 IT이냐 아니냐인가? 그럼 왜 타코벨은 (명백하게) 왼쪽으로 느껴지지? https://www.youtube.com/watch?v=sezX7CSbXTg
Taco Bell: Order Middleware - Enabling Delivery Orders at Massive Scale - J 커브를 노리냐 아니냐인가? 그런데 메가커피도 초기 투자금이 들어가니까 나름대로 J 커브라고 봐야되는 것 아닌가? 왜 그건 (명백하게) 오른쪽으로 느껴지지?
- 회사의 코어에 비전이 있느냐 돈을 추구함에 있느냐인가? 그런데 비전없는 기업이 있나? 메가커피 사장님도 직장인들의 아침을 깨워주겠다는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다만 그렇게 내세우는게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당근은 로컬리티를 비전으로 내세우지만, 당장이든 나중이든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없었으면 이 길을 골랐을까?
(당근과 메가커피가 머릿속에 이미지 그리기가 쉬워서 자주 상상했다)
다양한 분들과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던 중에 엄마가 매우 명쾌하고 허무한 대답을 내놓았다.
"네가 말하는게, 돈을 아주 많이 벌면 사업이라고 하는 것 같다?"
나는 그 즉시 그것이 내 마음의 정확한 분석임을 깨달았다. 별 시답잖은 이 모험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것들이 명료해졌다.
비지니스는 사업이고 사업은 장사고 장사는 돈이고 돈은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