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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쁜데 손발이 게으른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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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의 가격과 조직에서의 직급은 둘 다 로그함수의 모양새
    카테고리 없음 2024. 12. 19. 00:07

    1. 자전거 — "비용과 성능은 로그함수의 상관관계"

     

    스포츠용품들은 대개 위의 공식을 따른다.

     

    처음에 자전거를 산다면, 당연히 따릉이보다 나은 무언가를 기대할 것이다 (내가 볼 땐 5만원짜리 삼천리 자전거도 그보다는 낫다). 

     

    점점 수준이 높아질수록, 취미가 깊어질수록, 대회에 나갈수록, 진지해질수록, 당신은 더 비싼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나중엔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의 부품을 사게 될 것이다.

     

    하지만 5만원에서 50만원짜리 장비를 살 때의 체감보다, 1000만원에서 1300만원짜리 장비를 살 때의 체감이 훨씬 덜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당신은 — 당신만은 — 그 차이를 감지할 것이다).

     

    더 전문가의 세계로 넘어갈수록, 한 끗 차이를 만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액수가 더 필요한 법이다.

     

    2. 조직의 사다리 — "책임의 양과 보상 또한 로그함수"

    나는 조직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 즉 더 높은 직책이 되고 더 높게 승진하는 것 또한 자전거와 다르지 않은 모양새를 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보상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돈이라던가, 권력이라던가 (권력은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아무튼 조직의 의사결정에 좀 더 강한 의지를 실을 수 있을것이다)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러나 더 더 높이 올라갈 수록 그런 보상이 늘어나는 양보다, 책임이 더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다.

     

    L4 가 L5 가 될 때보다, L5 가 L6 가 될 때 더 '부담스러운' 일처럼 느껴질 것이다. "책임은 이렇게나 늘어났는데 RSU 는 겨우 이만큼 주는거야?" 하면서 말이다.

     

    그런 생각까지 도달한 분들은 "그냥 L4 나 L5 에 머물러야겠다. 괜히 올라가봤자 득보다 실이 많아"라고 판단하기도 하리라.

     

    어떤 분들은 보이지 않는, 주관적인 부분에 가중치를 두는 경우도 있다. 보람이라던가, 새로운 경험이라던가. 그러면 그래프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를 띌 수도 있을 것이다.

     

    3. 영향력

    그동안 나는 조직의 책임자들을 찾아가서 실무자로서의 관측을 전달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내가 일을 하면서 보니까, 우리 조직 지금 이러이러한게 문제고, 그러니까 이런걸 해야되지 않겠냐, 이러이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말들을 참 많이도 했다. 그러고나면 그분들은 대개 그에 대해서 이러이러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주거나,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기분이 참 좋았다. 나는 내가 아는 것들을 얘기했고, 후련하고, 나머진 저들이 알아서 하는거고.

     

    그러나 오늘 다른 분과 커피챗을 하다가 퍼뜩 생각이 미친것이, 실제로 그렇게 나의 의견에 의해 회사가 변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더라. 나는 그냥 내 불만을 표출하고 그걸로 자기만족을 한 것 뿐이더라. 

     

    왜 내가 분명한 문제의식과 관측으로 예리하게 지적했는데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가? 라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니, 정말 조직에 대해, 혹은 타인에 대해 변화를 주려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채로 리더를 찾아가야 되는 것 같았다.

     

    첫째, 분명한 문제의식 — 나는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고, 보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강한 (근거없는) 자신감 — 나한테 책임과 권한을 달라. 그러면 내가 이러이러하게 바꿔 보겠다.

    셋째, 충분한 신뢰 자산 — 나 믿어봐. 나 알지?

     

    그러지 않고는 절대 내 생각대로 '알아서' 문제가 완화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말은, 달리 말하자면, 권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권력은 위에서 그린 대로 (점점) 보상보다 책임이 커진다. 그걸 알고도 그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절대 '말 몇 마디로' 상황이 반전되지는 않는 것 같더라.

     

    일찍이 기성용 씨가 이를 좀 더 쉽게 표현했다.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든지"

     

     

    P.S. 더 좋은 제목을 만들 수 있는 분은 제발 댓글 남겨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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