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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밴드의 기준
    카테고리 없음 2024. 4. 1. 00:15

    1. 합주실에선 개인연습이 아닌 합주를 한다.

     

    많은 밴드팀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매주 합주실에 모인다. 모여선 각자 악보를 떠듬떠듬 읽거나 개인연습에 돌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다른 멤버들의 시간을 뺏는 행동이며,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연습이 덜 되었다면 솔직하게 이번 주는 스킵하자고 말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좀 더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합주실에 들어간 시점에 미리 연습해오기로 했던 곡을 100퍼센트 카피한 상태여야 한다.

     

     

     

    2. 정확한 카피가 아닌 표현을 고민한다.

     

    카피밴드가 아닌 이상, 원곡을 백퍼센트 똑같이 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곡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어떤 색깔로 재해석할 것이냐 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원곡과는 다른 구간을 추가하거나 (전혀 다른 인트로, 브릿지의 악기 간 트레이드, 호응 유도를 위한 정적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지상파 예능 '나는가수다'에서 이미 오만가지 기법을 소개했다), 원곡과 다른 솔로를 연주하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더 적절한 톤으로 악기를 세팅하거나, 악기 간의 밸런스를 고민하거나 하는 행동들이 적당한 예시다.

     

    예시1: https://www.youtube.com/shorts/GNz8wkTSO8I

     

    예시2: 지금 책이 없어서 정확한 구절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스' 라는 소설에서 꿈 속 장면같은 모습을 묘사하며 밴드가 곡을 만들어가는 대목이 있다.

     

    물론 위 케이스들은 자작곡을 논하기 때문에 살짝 자유도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멀리서 보면 별 차이 없다.

     

     

     

    3. 퍼포먼스로써의 공연을 한다.

     

    관객들은 이 밴드가 원곡을 정확하게 똑같이 치는지 보려고 공연장에 오지 않는다. 재미를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기대한 만큼의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선 곡 이외의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복장, 필요하다면 화장과 헤어, 조명과 스모그, 멘트, 관객과의 아이컨택, 연주를 즐기는 모습, 무대 위에서의 공간 활용, 웃는다거나 찌푸린다거나 하는 얼굴 표현, 선곡과 곡 순서 등, 이 쇼를 즐기기 위한 장치를 많이 준비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준비보단 적응의 영역인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삼천포로 빠지자면, 나는 컨퍼런스에 와서 발표를 듣는 청중이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용을 습득하는 것은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과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이 서로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에 와서 다같이 동일한 속도로 무언가를 경청하는 것은 '느낌', '기분', '핵심적인 한 장면'이 훨씬 오래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연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게 나의 입장이다.

     

     

     

    4. 모두가 이 생각에 공감한다.

     

    대학생 밴드, 직장인 밴드, 인디 밴드, ... 각자가 처한 상황마다 위 조건들을 철저히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실력과 여건이 천차만별이니 당연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합주 중 자신의 악기 소리를 찾느라 바쁜 초보에게는 톤을 조절하라는 얘기가 먼 꿈 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을 잣대로 삼아 '당신은 이런 기준을 이만큼이나 지키지 못했으니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기준들에 모두가 공감하느냐, 당장 우리가 이것저것 다 따질 처지는 안되어도 이것들에 다가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정도는 동일하느냐 하는 포인트다.

     

     

     

     

     

    *밴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내가 말한 내용이 항상 적용되는 부분들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어하는지까지 눈치채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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