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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컨퍼런스 행사의 기준카테고리 없음 2024. 12. 21. 17:13
0. 좋음의 기준
나는 (1) 현장에서 (2) 컨퍼런스 발표를 (3) 본다고, 학습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발표 한 번 보고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정보 습득 메커니즘이 그런 식으로 심플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컨퍼런스에 참가할지 말지를 '가서 많이 배워와야겠다'와는 다른 각도로 판단하는 편이다. 이 글은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편의주의를 기준으로, 내가 원하는 컨퍼런스의 모양을 표현해보는 글이다.
따라서 '좋은'은 '내가 기대하는'으로 치환해도 무방하다. 여기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데 하나는 발표고, 다른 하나는 대화다.
1-1. 듣고싶은 발표 (1) 추후에 퍼블릭하게 공유되는가
서두에 밝혔듯이, 나는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는 발표는 웬만해서는 심드렁하다. 집에서 유튜브로 멈춰가면서, 2배속하면서 보는게 훨씬 이해가 잘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웬만한 컨퍼런스가 다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발표들은 행사 참가자들에게만 공유하거나, 아예 추후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있다. 이 경우엔 그 내용이 기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관심있는 주제라면 찾아가서 듣는 편이다. 예를 들면 Goorm 에서 주최하는 COMMIT 은 때때로 자료를 공유하지 않는다.
너무 늦게 공개되는 경우에도, 호기심이 있다면 찾아가서 보는 편이다. 정보의 시급성은 없다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니까. 예전엔 그런게 좀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컨퍼런스가 많이 없긴 하다.
1-2. 듣고싶은 발표 (2) 개인적인 생각이 담겨있는가
사적인 생각을 다루는 발표에는 '현장감'이 유의미하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발표는 '지식'보다는 '영감'이나 '자극'에 도움을 주고, 그만큼 눈앞에서 얼굴과 손짓을 보면서 듣는게 훨씬 생동감있고, 그만큼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발표는 사실 복불복이 심하다... 주어진 정보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발표자가 누군지도 확인하고 (하지만 대개 처음보는 분들임) 본문도 꼼꼼하게 본다. 하지만 제목 낚시인 경우도 있어서 실망할 때도 적지 않다. 보물찾기 하는 느낌으로 찾아간다.
예를 들어 위 발표는 추후 영상이 공개되더라도 현장에서 듣는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인프콘에 당첨되지 않아서 현장감을 느끼는데는 실패했지만.
1-3. 듣고싶은 발표 (3) 발표를 잘 하는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발표자 중 발표를 못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앞에 앉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거나, 물 흐르듯 내용을 전개하거나, 가독성과 집중도를 고려해서 발표 자료를 만들고, 농담을 섞고, 내용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기승전결을 갖추고, 재미가 있는 그런 발표가 많았으면 좋겠으나, 그러지 못한 발표자들을 상당히 많이 만나보았다. 취향 차이인 부분도 있고, 역량(경험) 부족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마치 번역서를 살 때 (한 번이라도 '문제'를 겪어본 뒤) 번역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처럼, 발표자가 누구인지 슬쩍 보곤 한다. 컨퍼런스가 일 년에 백 개씩 있는 것도 아니고 발표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라서 동일 인물을 보기 쉽지 않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론 TED 스타일의 발표를 선호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talk 중 하나를 남겨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_mZBa3sqTrI
2-1. 대화는 정확히 발표만큼 중요하다
발표자와 청중의 대화, 그리고 청중 사이의 대화가 없다면 그건 컨퍼런스가 아니라 발표회며, 50점짜리 행사에 불과하다.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주제를 기대하며 한 장소에 모였는데, 그들 사이의 대화가 없다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우리가 태초부터 이해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서로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 정보, 생각을 공유하면서, 개발자들은 비로소 몰랐던 것을 알게되고, 알려주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컨퍼런스는 그런 만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희귀한 공공영역 중 하나다.
2-2. 풍부한 대화 (1) 운영진이 적극적으로 유도하는가
본 발표가 끝난 뒤 "네트워킹 하실 분들은 자유롭게 하시고 나머지 분들은 안녕히가세요"라고 말하는 종류의 컨퍼런스들이 있다. 이건 독려가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운영진의 올바른 대응은,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더 편하게 더 많이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각자의 지평을 넓혀주는 '지원'이 아니라, 이 컨퍼런스를 부흥시키는 '투자'에 가깝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초석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엔 소주제별로 스티커를 붙여주고 네트워킹 시간이 되면 각자 구역으로 가서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이 유행하는 듯하다.
한국인들은 그런 자유롭고 즉흥적인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별로 그렇지 않다. 다만 약간의 퍼실리테이팅이 필요할 뿐이며, 크게 어렵지도 않은 듯하다.
2-3. 풍부한 대화 (2) 지속적인 대화로 이어지는가
이것은 상당히 이상에 가까운 기준이다. 거의 본 적 없다.
컨퍼런스에서 재밌게 대화하고 떠나는 것도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지만, 이 인연이 길게 유지된다면 그것 또한 멋있고 개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좋은 일이리라. 그러기 위해선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거나, 스몰 컨퍼런스를 사이사이에 끼워넣거나,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접근을 취해볼 수 있겠다. 이 쯤 되면 기업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3. 그 외 특수 조건
티셔츠가 너무 예뻐보이면 그냥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4. 결론요약하면, '추후 공개되지 않는 사적인 내용의 맛있는(!) 발표와, 충분히 즐거운 네트워킹'이 좋은 발표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최고로 컨퍼런스를 즐기는 참가자의 자세와 행동'은 언젠가 따로 다루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