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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세탁소가 AI세탁소가 되는 순간카테고리 없음 2025. 3. 31. 22:02
어릴 때 컴퓨터 세탁소라는 것이 동네에 한 두 개 있었다.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대체 컴퓨터 세탁소라는게 뭔지 참 궁금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컴퓨터 세탁은 기계가 자동으로 해준다는 의미에서 컴퓨터 세탁입니다. 그러니까 그때 당시에는 컴퓨터의 개념을 자동화된 기계로 이해하면서 ‘컴퓨터 세탁’이라는 재밌는 용어가 탄생했습니다."
즉, 그 당시 사람들은 이 멋진, 최첨단의 무언가를 '컴퓨터'라고 부르는게 최선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세대가 볼 땐 귀여운 시도일 뿐이지만.
현 시대에선, 'AI'라는 단어가 그 위상을 물려받은 것 같다. 우리 뭔가 대단한 것 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실제로 하기라도 하면 다행인 것 같다) 라는 말 대신 AI 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광의로서의 AI는, 사실 컴퓨터 그 자체이므로, 이 말은 논리적으로 부정할 여지가 없지만, 그럼에도 웃긴 건 사실이다.
모두가 AI 라는 단어를 쓴다. 그 단어에 대한 수많은 층위의 함의와 진의들이 떠다닌다. 그런데 단어가 너무 힘세고 강력해서,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나날이 힘이 무거워진다. 그 끝은 어디일까, 최종장에 우리는 무엇에 대고 AI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