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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에 정열을 담아서 말하기카테고리 없음 2025. 4. 8. 20:01
나는 의식적으로 눈알에 정열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쉽게도 이 행위는 상당히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다. 그리고 습관처럼 나오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행위가 — 묘사가 이상한 것 같아서 이후로는 '스킬'이라고 부르겠다 —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들 그런 눈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감화된다고 말하면 과장같고, 그냥 그런 스킬을 쓰는 자를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재밌어 하는 것 같다. 성대모사하는 동료를 보는 느낌 정도.
그리고 이 스킬이 잘 발동되는 조건도 알아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하거나, 상대의 말에 100% 몰입해서 들을 때 이 눈을 유지하기가 쉬워지는 것 같다. 전자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후자는 상당히 그 자체로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편이다. 다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상대의 얘기를 들으면서 내 얘기를 정리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억지로 스스로의 생각을 차단하고 상대의 말로 머리를 채우는 것은, 해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엄청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머릿속이 일순간 상대방으로 가득 차는 것이다 (아마 그런 느낌이 싫기 때문에 다들 틈새에 자기 생각을 조금씩 묻히는 거 아닐까 싶다).
돌아와서, 정열을 담은 눈동자는 미약하게나마 대화가 진전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배워두면 좋은 스킬인 것 같다. 누군가 당신에게 "그런 말 할 때면 항상 눈이 반짝반짝해지네"라고 말했으면 그 지점이 바로 그 스킬이 자기도 모르게 발동된 지점이다. 혹은 다른 식으로도 알 수 있는데, 나는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굉장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당황하는 장면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있다. 후자의 신호는 노이즈가 많이 끼어있을 수 있으니 주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