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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너머에 있는 것이 로봇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카테고리 없음 2025. 4. 6. 00:23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 된 시대다. 퇴사할 때나 되서야 얼굴을 알게 되는 동료도 존재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슬랙이나 이메일로만 소통을 하다보면, 그 뒤에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망각할 수도 있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 저 상대가 내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넣으면 처리해주는, 자연어 처리를 기막히게 잘하는 챗봇 정도로 여기게 된다.
그런 인식이 머리를 지나가기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내 말을 이해 못하거나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때 화가난다. 당연한 결과다. 세탁기에서 시작 버튼을 눌렀는데 20초 동안 응답이 없다고 생각해보라 (나였으면 5초 정도 지났을 때 이미 두어번 때려봤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무의식적으로 자라난다. 2025년의 현대 기술은 글씨에 감정과 표정을 담아내는 재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와 🙇 같은 이모지가 우리나라의 슬랙 채팅창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들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인간다움을 어필하지 않으면 위기가 조만간 찾아온다는 것을 (아니 잠깐만, 말하고보니 너무 한국적이잖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굳이 시간을 내서, 모니터 너머의 상대를 만나보아야 한다. 이미 잘 소통되고 있는데, 채팅으로도 충분한데, (심지어는) 답변이 느려도 괜찮은데 같은 변명은 구차할 뿐이다. 직접 마주보고, 거기에 앉아있는 것이 인간을 꼭 닮은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나 분명 이 자리에만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직장인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동시에 상대에게도 당신이 그러한 존재라는 것을 인지시켜라.
나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자들과 일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기계들로 둘러쌓여 일하고 싶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