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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고 올라가기 위해 족쇄를 매달아보자카테고리 없음 2024. 8. 13. 03:02
최근에 유료로 마술을 하나 배웠는데, 현상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아니, 엄청나다. 내가 마술의 달인은 아니지만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퀄리티가 좋은 마술이다. 그런데 이 마술은, 제대로 선사하기 위해선 어떤 제약들이 존재한다. 상상을 돕기 위해 간단한 예시를 준비해봤다. 여기 특수한 신발끈 기믹이 있다. 이 신발끈은 평범하게 생겼지만, 특정 지점을 아주 세게 누르면 일시적으로 고무줄 같은 탄성을 만들 수 있다 있다. 대신에 그 지점을 누른 뒤에 해당 지점이 10초 동안 붉게 빛나기 때문에 적절히 손으로 가려야 한다. 10초가 지나면 티가 안나기 때문에 관객에게 보여주고, 만지게 할 수도 있다... 굳이 설명하자면 약간 이런 느낌의 제품을 샀다. (내가 구매한 마술과는 전혀 다르지만, 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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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의 첫 단추카테고리 없음 2024. 7. 23. 01:01
이직의 첫 단추는 회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보는 것, 즉 미련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 자체는 아무나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그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예시를 적어보겠다. 첫 번째는 상사에게 나의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선 상사가 아니라 CEO 일 수도 있다. 동료나 후임에게는 효력이 다소 떨어질 것 같다. 사실 그렇게까지 연차가 쌓여보지 않아서 시뮬레이션이 잘 안된다. 이 방법이 왜 효과가 있는가? 상사가 당신의 심리적, 물리적 상태를 아예 모르고 있을 가능성은 꽤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의 어른들은 손을 먼저 내밀지 않는게 미덕이 된 듯하다. 즉 (1) 먼저 본인이 자기 입으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2) 굳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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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배수진이다카테고리 없음 2024. 6. 17. 00:33
최근에 한 시니어분을 만났는데 그 분의 생각이 아주 독창적이었다. "사람들은 퇴사가 배수진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퇴사하면 퍼지게 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되는 회사 생활이야말로 사실은 진정한 배수진이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나만의 일을 해야 한다. 근데 이렇게 하면 진도가 제대로 나갈리가 없다. 그러니 회사에서 10시간 걸려서 나올 결과를 5시간만에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낀 시간으로 나만의 일에 더 투자하는 것이다." 적고 보니 골자 자체는 새롭지 않은 것 같네. 그래도 "회사가 배수진"이라는 표현 자체는 꽤 신선하게 들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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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을 바람으로 적지 않는 이유카테고리 없음 2024. 5. 24. 15:23
스스로를 문법집착증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바램을 바램이라고 적는다. 나의 의문은 대체 "바램"이라고 읽는걸을 왜 "바람"으로 적냐는 것이다. 이런 문제, 그리고 특히 회색지대에 걸쳐있는 몇몇 발음은 21세기의 행태와 규정이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글이 원체 보면 볼수록 앞 뒤 안맞는 규칙으로 가득차있긴 하지만... 유독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것이다. 복수표준어가 된 짜장면처럼, 바램이 올바른 표기로 인정받는 날을 꿈꾸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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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장사의 구분에 대하여 (부제: 당근과 메가커피 사이에 선이 있는가)카테고리 없음 2024. 5. 7. 20:11
언뜻보면, 세상의 회사들은 모두 둘로 쪼갤 수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당근과 토스와 스카이플래너는 왼쪽이고, 메가커피와 인생네컷과 보람상조는 오른쪽이다. 즉, 어떤 것들은 '사업'처럼 보였고, 어떤 것들은 '장사'처럼 보였다. IT 스타트업에 다니는 지인들은 내가 이런 예시를 들면 즉각적으로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반면 그렇지 않은 자들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말하는거냐고 물었고 나는 그런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거봐, 이쪽은 누가봐도 '비지니스'라고 불러야 할 것 같고, 저쪽은 전혀 아니잖아. 이 기묘하게 어색한, 그러나 괴기하게 편안한 구분은 꽤 오랫동안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 IT이냐 아니냐인가? 그럼 왜 타코벨은 (명백하게)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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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밴드의 기준카테고리 없음 2024. 4. 1. 00:15
1. 합주실에선 개인연습이 아닌 합주를 한다. 많은 밴드팀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매주 합주실에 모인다. 모여선 각자 악보를 떠듬떠듬 읽거나 개인연습에 돌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다른 멤버들의 시간을 뺏는 행동이며,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연습이 덜 되었다면 솔직하게 이번 주는 스킵하자고 말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좀 더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합주실에 들어간 시점에 미리 연습해오기로 했던 곡을 100퍼센트 카피한 상태여야 한다. 2. 정확한 카피가 아닌 표현을 고민한다. 카피밴드가 아닌 이상, 원곡을 백퍼센트 똑같이 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곡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어떤 색깔로 재해석할 것이냐 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원곡과는 다른 구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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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N 의 법칙: 2 - 1 = Infinity카테고리 없음 2024. 2. 20. 23:26
ZOI (Zero-One-Infinity) 라는 프로그래밍 원칙이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Zero_one_infinity_rule Zero one infinity rule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Software design rule The Zero one infinity (ZOI) rule is a rule of thumb in software design proposed by early computing pioneer Willem van der Poel.[1] It argues that arbitrary limits on the number of instances of a pa en.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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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는 춘천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가프로그래밍/책과 영상들 2024. 2. 19. 23:34
최근 전주에 갈 일이 있었다. 두 번째 방문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무언가가 먹고 싶었다. 나는 유적이나 사찰에 별 관심을 느끼지 못하는터라, 기껏해야 그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귀한 체험이란 그 정도였다. 유튜브 쇼츠에서 같은 영상들이 우르르 나왔다. 그러나 나는 댓글들에 더 눈길이 갔다. "객사나 신시가지나 한바퀴 둘러보면 끝인데 뭘 이렇게 여기저기 헤매냐" "전주 토박인데 초코파이 원래 이 지역 음식 아니예요 완전히 조작된 관광상품임" "길거리야 바게트도 한 번 경험하는게 좋은거지 맛이 각별한 건 아니예요" 예상은 했지만, 흔히 들어본 유명한 음식들은 (즉 영상에서 소개된 음식들은) 다 조롱을 받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토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저..